순천시 금당지구 도심에서 심야시간 길거리를 걸어가던 10대 여성을 살해한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정희영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살인 혐의를 받는 박모씨(30)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이날 피의자 박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주거부정 및 도주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피의자 박모씨는 지난 26일 오전 0시 44분쯤 순천시 금당지구 조례지하차도 옆 길거리에서 남모양(17)을 뒤따라가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 목격자가 나타나자 도주했다. 피해자 남모양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이날 6시경 끝내 숨졌다.

경찰은 범행 장소 부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모병원 주차장을 가로질러 도주한 박씨의 행방을 쫓았다. 만취되어 길거리에서 행인과 다툼을 벌이던 중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피의자 박씨의 인상착의를 알아보면서 현장에서 범행 30분여만에 오전 2시 12분쯤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박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도 범행 장소에서 1k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사건 당일 오후 발견했다. 또한 경찰은 통신수사, 휴대폰 포렌식 등을 통해 자세한 범행 동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 중이다.

피의자 박씨는 경북출신으로 몇년전 순천으로 전입하여 금당지구 모중학교 사거리 근처에서 모찜닭 프랜차이즈점을 운영해 온 것으로 SNS상에 신상이 퍼졌다.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지난 28일 오전 법원에 출석한 박씨는 취재진에 “죄송하다. (사건 당시)소주 4병 정도 마셔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증거는 다 나왔기 때문에 (범행을)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아는 사이냐고 묻는 질문에는 ‘아니요’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흉기 피습으로 살해된 10대 남모여성은 다문화가정 외동딸로 어려운 환경에 최근 대입검정고시를 합격하고 경찰관이 되겠다는 희망으로 수능을 준비하며 아버지 약을 사려나왔다가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 안타갑게 하고 있다.

또한, 지난 28일 장례식까지 치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날 낮시간부터 사건현장에서는 피해여성을 애도하는 꽃다발과 과자,‘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등 추모글이 쌓이기 시작했다.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김현주 소장과 정의당 당원인 김준희씨 현장을 지키며 사건현장임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장례식을 치르고 사건현장을 찾아온 피해여성 친구 등 추모객을 맞이하며 밤 늦게까지 지켰다. 그리고 밤 늦은 시간에서야 분향소가 마련되어 10월 1일까지 운영된다.